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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중소기업 거쳐 대기업 가는 '메뚜기'

by BumPD 2010.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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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거쳐 대기업 가는 '메뚜기'

 "최근 신입사원 공개채용 모집공고를 냈는데 스펙, 경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너무 많이 몰려 고민입니다."
 얼마 전 만난 중소기업 대표가 이런 어려움을 토로했다. 3~4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명문대 출신들이 지난해부터 간혹 지원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몰라보게 늘었단다.

 "쓸 만해지면 떠나버린다" 하소연

 "좋은 인재가 많이 지원하면 좋은 일 아니냐"는 질문에 모르는 소리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대부분이 경력을 쌓아 대기업, 공기업으로 가려는 '메뚜기 구직자'"라며 "열심히 교육시켜 쓸 만해지면 떠나버리니 기업에는 손해"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가 한 명 만은 아닌 듯하다.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대기업, 공기업에 신입으로 지원하는 '올드루키'(old-rookie)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니까.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중소기업 382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도 '올드루키'에 대한 우려 때문에 71.2%가 '명문대 출신 지원자를 일부러 탈락시킨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시간, 비용을 들여 뽑아 봤자 중소기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직장으로 떠날 사람을 채용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명문대 출신을 채용했던 중소기업의 82.4%는 이들의 퇴사율이 다른 대학 출신보다 높은 편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한 구직자들의 항변도 거세다. 대기업, 공기업 등 소위 '좋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데다 기업들도 대놓고 '경력 같은 신입'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취업 사이트 사람인이 최근 대기업 인사담당자 250명을 대상으로 '올드루키를 뽑을 의향이 있는가'고 묻자 70.8%가 '있다'고 답했으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기업에서도 '경력 같은 신입' 원해

 올해 대기업 계열사 신입으로 입사한 박창희(31. 가명)씨도 소위 '올드루키'. 2년여 동안 중소기업에서 쌓은 경험이 없었다면 대기업 합격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박씨는 "대기업만 바라봤다면 아직도 백수 생활을 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대기업 면접에서 다른 지원자들보다 나이가 많아 걱정했는데 중소기업 경험을 살려 대답한 덕분인지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쯤 되자 구직자와 중소기업 간 머리싸움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대기업으로 옮기려는 마음을 숨기고 취업하려고 하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구직자들을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체 인사담당자는 "훌륭한 인재를 그냥 버리기 아까워 애사심 테스트 전형을 최근 추가했다"며 "모험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점도 있다. 마땅히 대기업에 가야 할 만한 인재가 중소기업까지 치고 내려오면 정작 중소기업 취업을 준비했던 구직자들은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예 인재를 모집할 때 몇 년 이상 근무 가능자를 뽑는다고 공고하고 각서를 받으면 어떨까. 이보다는 정치권 얘기처럼 일자리가 100만 개, 200만 개 씩 늘어나 '올드루키'라는 말이 싹 사라졌으면 좋으련만. "꿈같은 소리 하지 말라'는 구직자들의 비난이 벌써부터 귓전을 때리는 듯하다.

/ 이국명 메트로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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