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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by BumPD 201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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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그해 티벳에는 큰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지 않는 여름이라 하더라도 변덕스런 바람이나 예측할 수 없는 눈사태 때문에 히말라야의 산길은 사지로 변하는 때가 많았는데, 눈까지 덮이자 귀로가 더욱 어렵게 되었다.

 썬다는 더 추워지기 전에 심라 힐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랑게트 쪽으로 가는 길목에서 티벳인 한 사람과 동행했다. 거센 눈보라와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 때문에 걸음을 떼는 것조차 힘이 들었으나 동행이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사력을 다해 산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쓰러져 있는 사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내는 길에서 약 십 미터쯤 떨어진 가파른 비탈 쪽에 엎어져 있었다. 썬다는 동행에게 구조하여 업고 가자고 제의 했다. 그랬더니 그 동행은 "그러다가는 우리도 얼어 죽소. 나는 살아야겠소." 하면서 매정하게 고개를 젓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썬다는 조심스럽게 비탈을 더듬어 내려가 그의 생사를 확인했다. 아직 살아 있긴 했으나 부상을 입은 데다 체온까지 떨어져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썬다는 사내를 끌어올린 다음 등에 업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보라는 거세졌다. 그래도 어떡하든 랑게트까지는 가야 한다. 두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 아닌가. 사내를 업었다가 껴안았다가 하면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던 썬다는 고갯마루에 이르러 하나의 시체를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바로 몇 시간 전 혼자 살겠다고 가버린 티벳인이었다. 그는 눈 속에 반쯤 파묻힌 채 죽어 있었다.

 썬다와 사내는 서로의 체온을 나눔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혼자 목숨을 부지하겠다고 앞서간 티벳인은 체옴이 떨어져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 [히말라야의 눈꽃 썬다 싱의 생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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