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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안심 기획 ⓛ 학교보안관 기우범 씨 인터뷰

by BumPD 2011.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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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성적표도 걱정이고, 사귀는 친구도 걱정이다. 집에 오면 방에만 있으려고 하는 것도 걱정이고, 컴퓨터를 너무 하는 것도 걱정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이들의 안전이다.    
서울시는 올해 3월 학교 내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기 위해 관내 초등학교에 학교보안관을 2명씩 배치했다. 학교보안관은 서류전형, 면접, 인성검사, 학교장 면담 등을 거쳐 선발됐으며, 학교 폭력과 납치, 유괴 등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2개월이 지난 요즘, 학교보안관 활동을 살펴보기 위해 강서구에 위치한 방화초등학교를 찾았다. 

놀토에도 그는 출근한다 

"학교에 들어가시려면, 방문증을 받아야 합니다." 교문을 통과하려는데 낯선 사람이 길을 막는다. 바로 학교보안관 기우범 씨(64)다. 그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며 협조를 부탁했다. 공손하고 차분한 말투에서 어딘지 모르게 신뢰감이 묻어나왔다.

인터뷰 때문에 왔다고 하니, 학교 관계자에게 자리를 부탁한 후 잠깐 시간을 내 주었다.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한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했지요."

그는 34년 아이들을 가르치다 지난해 정년퇴임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퇴직 후 사회복지분야에서 활동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던 차에 학교보안관을 알게 됐다. 처음엔 쑥스러운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학교보안관은 하루 2교대,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일한다. 주말, 공휴일, 개교기념일에 쉬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쉬는 날이 많지 않다. 필요할 경우 교대자와 상의하여 시간을 조정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노는 토요일’도 있지만, 그날도 학교보안관은 학교에 간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 놀토에도 학교를 개방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책도 읽고 친구들과 뛰어놀고 그러지요. 그러다 가끔 다치는 아이도 발생합니다. 그날은 보건실도 문을 닫기 때문에 간단한 의약품 정도는 미리 마련해놓습니다. 응급처치를 해주다 보면, 아이들과 더욱 친해지는 느낌입니다.”

다친 아이와 이를 치료해주는 학교보안관이라, 생각만 해도 흐뭇한 모습이다. 꼭 할아버지와 손자 같다고나 할까. 실제로 쉬는 시간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학교보안관 선생님에 대해 물으니, ‘좋아요.’ ‘나쁜 사람을 혼내줘요.’ ‘인사를 잘 받아주세요.’ 등등 반응이 좋다.



아이들은 자꾸 후미진 곳으로 숨어들고…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과 일이 힘든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학교 담이 낮아지고 공원화되면서, 학교는 아이들의 학습공간이면서 동시에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됐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 역시 높아졌다. 특히 밤은 학교보안관이 유독 긴장하는 시간이다.

"1일 2교대로 근무하다 보니, 야간에도 혼자 순찰해야 합니다. 밤에는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학교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신경을 쓰곤 합니다. 제 생각에 야간에는 두 명이 방범을 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아이가 모범적인 것은 아니다. 예상했던 대로 일부 아이들은 담배를 피우고, 이성친구와 다정한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 그래서 건물과 건물 사이, 후미진 곳은 학교보안관이 자주 찾는 장소다.

"제복을 입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제가 가까이 가면 행동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간혹 반항하는 아이들도 있지요. 그래도 저는 좋게 타이르려고 합니다. 강하게 제재할수록 아이들은 반발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확실히 학교보안관이 생기면서 학교에 드나드는 잡상인도 줄고, 아이들도 좀 더 안심하고 운동장에서 놀 수 있게 됐다. 단단한 울타리 하나를 더 얻었다고 할까. 학교 선생님도 "아이들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은데,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 

"다만 요즘 드는 생각은 아이들이 즐길만한 곳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로 들어오고,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투에서 진심이 묻어나왔다. 단순히 직업이라고 생각하기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 보였다. 문득 아이의 문제행동을 교정해주는 TV프로그램이 떠올랐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 대다수 아이들의 문제가 관심부족이던데, 생각해보니 학교보안관만큼 아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봐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물론 보안해야 될 점도 있지만, 모든 시작은 관심에서 시작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건 나뿐이었을까.

출처: 하이서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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