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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따뜻한 겨울나기 기획 2 … 아름다운 디딤돌 이웃, 김호근 제과점 사장

by BumPD 2010.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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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구운 빵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웃, 서울 디딤돌’이 지난 12월 8일, 출범 이래 두 번째 감사 행사를 가졌다. '디딤돌'의 나눔에 동참하고 있는 지역 내 자영업자들이 함께 모여 한 해를 돌아보는 자리였다. 놀라운 실적이다.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기부업체는 4912개소, 이용자는 48,200여 명이다. 참여업체의 서비스 기부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3억 원을 넘는다. 2007년 8월 출범 당시 기부업체 125곳, 서비스 이용자 2,345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기부업체는 40배, 서비스 이용자는 20배가 증가한 것이다.

디딤돌 우수 기부업체로 선정된 치아사랑치과의원(성동구 소재)은 국민기초생활자와 저소득가정의 청소년, 노숙인을 대상으로 무료 치과 검진ㆍ신경치료ㆍ충치치료 등을 기부하였고, 박대박부대찌게(노원구 소재)는 저소득 어르신ㆍ결식아동을 대상으로 월 500명씩 12,000명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였고, 소리엘피아노학원(용산구 소재)은 지역 내 저소득 가정의 아동 5명에게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이와 같이 디딤돌 이웃들은 지역의 학원, 음식점, 미용실, 병원, 약국 등 현금 기부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 자영업자들이 고유의 서비스나 물품을 활용해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획한 복지 프로그램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도움 받은 이웃은 상점을 칭찬하고 격려하여 지역 사회를 ‘나눔의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다.

디딤돌 참여업체 중에는 특히 식당과 제과점 운영자들이 많다. 재고가 항상 생기기 때문이다. 양천구 신정동 진명여고 맞은편에 있는 파리바게뜨 목동진명점 김호근(32세) 사장을 함박눈이 내리는 8일 늦은 저녁에 만나보았다. 지난 3월에 제과점을 시작하였는데 저녁에 팔고 남는 재고를 근처에 있는 신정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푸드 뱅크에 보내고 있다. 푸드 뱅크에서는 ‘살레지오 나눔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낸다.

김사장은 다른 가게에서는 재고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왜냐하면 하는 일이 너무 바빠 식사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기자를 만나자마자 “빵가게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 년 내내 명절과 휴일도 없이 문을 열고 있다. 그는 의류를 취급하는 회사를 다니다가 희망이 없어 2009년에 사표를 내고 6개월 정도 사업 준비를 하여 개업했는데, 하루에 채 5시간도 못자면서 아르바이트생 5명과 제빵기사 1명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빵가게의 하루 일과는 아침 7시경 본사에서 빵이 오면 진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식빵의 종류만 해도 20가지가 넘고 취급하는 빵 종류는 200가지가 넘어 이름을 다 외우지도 못한다며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빵은 8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빵에 종류가 많아야 풍족하게 보이기 때문에 소량으로 여러 종류를 준비한다. 오전 10시 경 신정 복지관 직원과 공익요원이 푸드 뱅크 탑차를 가지고 와서 전날 팔고 남은 빵을 가져간다. 남는 양은 매일 일정하지가 않다. 평균 50~60개를 보내는데 눈이 오던 8일은 날씨가 나쁜 탓에 빵이 많이 팔리지 못해 재고가 많이 남았다고 한다.

그에게도 한 가지 철칙이 있다. 유통기간이 적혀있는 빵은 안 보낸다고 한다. 받은 사람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바로 전 날 만든 빵만 보낸다. 다른 식품과 달리 상할 염려가 적어 웬만하면 먹을 수 있지만 전부 폐기하거나 자신의 가족들이 먹는다고 한다. 크림이 들어간 빵 등은 여름철에는 식중독의 위험도 있어 특히 조심한다. 회수해 간 빵은 ‘살레지오 나눔의 집’으로 보내진다. 이곳은 자기가 졸업한 양서중학교 뒤편에 있는데 재학 시에 나눔의 집 친구들이 있던 추억이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고 한다.

김사장은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었지만 그동안 크리스마스나 특별한 날에는 논현동에 있는 임시아동보호소에 생활용품이나 의류를 기부하여 왔다고 한다. 누가 보아도 착한 사람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더 많이 돈을 벌어 더 많이 기부를 하고 싶어요”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 사회지만 잘 유지되는 이유가 이렇게 안 보이는 곳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기부라면 재벌기업이나 부자만이 하는 것으로 여겨 왔으나 김사장처럼 개인 기부자가 100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개인 기부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세액 공제가 필요하고, 도움 받은 이웃은 기부자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베푸는 즐거움이 받는 즐거움보다 크다. 봉사나 기부도 결국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가 오면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즈가 쓴 스크루지 영감이 떠오른다. 산업혁명 속에서 도시는 빠르게 발전해 갔지만 굶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눔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던 소설이다. 우리 모두가 구두쇠의 대명사 스크루지 영감의 모습으로 연말을 보내고 있지 않나 한번쯤 뒤돌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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