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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CIA, '마이너리티 리포트' 현실로 만든다

by BumPD 2010.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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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CIA, '마이너리티 리포트' 현실로 만든다
웹 문서 분석 통해 미래 예측…공동 투자 '구설수'
2010년 07월 31일 오전 09:00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프리-크라임(Pre-crime)이란 최첨단 치안 시스템이 나온다.

프리-크라임은 뇌파탐지기 등의 첨단 기술을 토대로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을 미리 예측해내는 시스템.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미래의 범죄자들을 사전에 체포하는 데 사용된다.

구글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슷한 컨셉트를 내세운 회사를 공동 지원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와이어드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과 CIA가 실시간 인터넷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앞으로 발생할 일까지 분석할 수 있는 레코디드 퓨처스(Recorded Futures)란 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구글과 CIA가 직접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다. 구글 자회사인 구글 벤처스와 CIA가 운영하는 인-큐-텔(In-Q-Tel)이 레코디드 퓨처스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 이들은 또 레코디드 퓨처스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면서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헤즈볼라 미사일 공방 땐 한 달 전에 미리 파악

여기서 잠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한번 들여다보자.

때는 2054년 워싱턴. 시 당국은 날로 늘어나는 범죄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워싱턴 시는 '프리 크라임'이란 첨단 범죄방지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3명의 예지자를 찾아낸 뒤 그들의 머리에 뇌파탐지기를 연결하고 그 신호음을 통해 미래 살인 사건을 디지털 영상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계획된 살인은 1주일 전, 우발적인 살인은 사흘 전에 파악할 수 있다. 수사대는 이를 토대로 범죄 발생 일시와 장소를 알아낸 뒤 살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범인을 체포해버린다.



CIA와 구글이 함께 투자하고 있는 '레코디드 퓨처스'란 회사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시스템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름 그대로 미래를 기록해내겠다는 것이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3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스커드 미사일 공방 때 이미 한 차례 실력 발휘를 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스커드 미사일 공방이 불거진 것은 지난 3월21일이었다. 당시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테러집단인 헤즈볼라가 스커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이 문제를 놓고 이스라엘 정부와 헤즈볼라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레코디드 퓨처스는 페레스 대통령이 의혹을 제기하기 한 달 전에 이미 관련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의 과거 발언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관련 정황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런 작업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레코디드 퓨처스의 경쟁력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이 회사는 수 천 개에 달하는 웹 사이트, 블로그, 트위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람과 조직, 행동, 사건 들 간의 상관 관계를 분석해내는 것. 동일한, 혹은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서들 간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들을 파악하는 것이 레코디드 퓨처스의 경쟁력이다.

레코디드 퓨처스는 시공간 분석 기술을 토대로 언제, 어디서 특정 사건이 발생할 지를 알아낸다. 또 정서분석(sentiment analysis) 기술을 이용해 자신들이 수집한 문서에서 오가는 정보들이 어떤 분위기인지를 파악한다. 이런 분석을 종합하게 되면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사전에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 주장대로라면 9.11 테러 같은 참사도 미리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쯤 되면 '프리-크라임'이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구현된 것이란 주장을 함 직 하다.

◆"구글-CIA 너무 가까운 것 아니냐?" 비판도

이 정도면 정보 분석에 관심이 있는 구글과 CIA 입장에선 당연히 군침을 흘린만한 회사인 셈. 구글과 CIA는 지난 해 레코디드 퓨처스가 설립된 직후에 바로 투자를 단행했다. 정확한 투자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1천만 달러는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구글 벤처스와 인-큐-텔은 현재 레코디드 퓨처스 이사회에도 참석하고 있다. 물론 레코디드 퓨처스 측은 구글 벤처스와 인-큐-텔의 노하우가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구글과 CIA가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구글의 위성 사진 서비스인 구글 어스(Google Earth)가 탄생하는 데 CIA도 일익을 담당했던 것.

구글 어스의 모태는 2004년 구글에 인수된 키홀(Keyhole)이란 회사였다. 키홀이 구글에 인수되기 전 CIA가 운영하던 인-큐-텔은 이 회사 지도 시스템을 지원한 인연이 있다. 이 지도 시스템이 나중에 구글 어스의 기본 토대가 됐다.

이처럼 구글이 CIA와 함께 정보 수집 전문 회사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악해지지 말자"는 사시를 내팽개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오마바 행정부와 각별한 사이를 유지해 온 점 역시 이런 의혹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구글에 대해 신뢰를 보내는 이들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 정보를 무차별 수집하고 있는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구글이 '악의 제국'으로 커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미래를 기록한다'는 레코디드 퓨처스 투자 건 역시 이런 의혹에 힘을 보탤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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